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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비지니스 모델

Min Bae 2016. 12. 4. 11:44

대학,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비지니스 모델

 

 

배민 (서울 숭의여고 교사, 영국 St Andrews 대학 역사학 박사과정 중)

 

해마다 이맘 때면 한국의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일명 대학 진학 상담 이라는 것을 집중적으로 받는다. 가깝게는 담임 교사로부터. 하지만 거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사교육 시장에 전문 대학진학 컨설턴트들을 만난다. 대학교를 고르는 것부터 학과 선택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쉽지 않은 이유는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욕심 때문이다. 꿈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수능 점수 혹은 자신의 스펙에 비해 낮은대학, 학과에 가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높은대학에 가고자 하기 때문이다.

 

낮은 대학, 높은 대학.. 참 이처럼 말하기 애매한 형용사를 써야하는 것이 한국의 대학 서열이다. 물론 어느 나라나 유형 무형의 대학 레벨이 존재하지만 한국에서처럼 고등학생들의 꿈과 생각을 온전히 지배할 수 있을 정도로 체계화된 사례는 아시아 유교권 국가 외에는 찾기 힘들다. 그럼 왜 한국, 일본, 싱가폴, 중국 .. 이런 나라들에서는 그다지도 대학에 목매는가. 판타지 때문이다. 이는 고등학교 학생, 교사, 학부모 뿐 만 아니라 전 사회를 망라하는 구성원 모두가 가지고 있는 대학에 대한 환상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800, 900년 이상 역사를 가진 옥스포드나 캠브리지와 같은 대학들이 오늘날까지 쟁쟁하게 명문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물론 모든 서양의 오래된 대학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역사로만 따지면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는 그보다 더 오래된 대학들도 있지만 국제적 명성은 낮다. 영국 대학의 경영 모델은 독일 대학의 학문적 엄밀성과 함께 미국에 수용되어 20세기를 거치면서 이례적인 물자 지원 속에서 인류 역사 상 가장 성공적인 비지니스 모델이 된다. 성공의 절반은 영미식 경제관념에서 비롯된 탁월한 수익모델에 힘입은 것이다.

 

하지만 보다 역사적으로 따지자면 대학의 성공 비지니스 비결은 영국의 역사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실례로 영국의 의학사를 보면, 19세기 전까지 열린 시장 구조 속에서 누구나 의료행위를 할 수 있었으며 환자들은 자신의 경제력에 따라 의료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의학이 나아간 방향은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시장의 판매자들을 통제하는 쪽이었다. 도시의 길드화된 (College라 불리던) 의료 조직들은 그러한 방향의 노력을 상징한다. 지금도 런던이나 에딘버러에는 과거의 잘나갔던 그러한 기관들이 박물관화되어 시내에 남아있다. 즉 성공하지 못했고 오늘날에는 역사로만 남아있다. 그들은 의학교육 시장에서 학생 (구매자)들로부터 불만을 샀으며, 의료시장에서 환자들은 그들 조직에 점점 관심을 잃어갔다. 상품가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의 방향은 시장의 상품에 대한 고급화 전략이었다. 전형적인 영국식 사업 스타일이다. 대학을 구심점으로 삼아 대학 교수진을 의료 엘리트의 상징화하면서 깐깐한 의학 커리큘럼을 구축하는 것이다. 의료시장에서 차별화된 고급 제품 (의과대학을 나온 의사의 의료)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는 의학의 실제 학문 발달 수준과는 별 상관 없이, 산업혁명 후 19세기 의료시장의 이례적인 확장 속에서 의학이 경제적으로 취한 선택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의과대학 (판매자)은 의료시장의 잠재적 판매자인 학생 (구매자)를 사로잡는데 성공하게 되고, 이후 지속적으로 커리큘럼의 수준을 높여나감과 동시에 입학수준을 높여나간다. 수업료의 상승은 부차적인 결과다. 하지만 의료시장에서 환자들은 의과대학을 나온 의사를 선호했기에 의과대학생들은 의과대학의 교육에 투자가치를 부여했다. 19세기말부터 영국 의학사의 스토리는 국가의 개입과 더불어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지만, 이처럼 시장의 관점에서 대학의 가치를 바라본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시장의 본질은 돈의 교환이 아닌, 가치의 확인에 있다.1) 

 

영국의 일부 대학들은 장사를 100200년이 아니라 500600년 이상씩 한 장사의 신들이다. 지금은 유럽 자체가 미국 경제에 비하면 변두리의 잘사는 시골마을 수준으로 전락한 바람에 한계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9세기 영국의 역사는 한국인들에게 의미 있는 교훈을 준다. 전술한 의학사에서 볼 수있듯, 지식 (대학의 학문)은 영국사에서 가장 잘 팔리는 시장의 상품이다. 하지만 시장의 상품일 뿐이다. 지금도 그렇다. 아시아처럼 사농공상의 위계서열에서 지식을 취급하는 자가 사회에 편안하게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지식이라는 상품을 가지고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인가 혹은 시장을 요리할 것인가 철저히 궁리하고 경쟁한다. 자신들의 비지니스 모델의 수출 결과는 아이러니하게 유교권 사회에서 드라마틱하게 펼쳐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판매자가 이처럼 갑의 지위를, 구매자가 이처럼 을의 지위를 보여줄 수가 없다. 영미인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이다.

 

서양사나 동양사 똑같이 인간은 허영의 동물임을 보여준다. 단 판타지든, 시장에서의 현실적 이윤이든 그런 허영은 인간적인 방식으로 충족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한국의 정체된 경제는 향후 십수년 내에 대학에 대한 환상을 여지없이 해채시킬 것이다. 과반수 이상의 고등학생이 대학에 진학해서 투자가치를 건질 정도로 한국경제가 교육시장을 떠받치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에 그러하다. 그렇다고 갑자기 (북유럽을 동경하지만 실제로는 남유럽이나 남미의 사회적 정서에 더 유사한) 한국 사회정서가 (차가운 영미식의) 자유주의적 경제 방향으로 선회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따뜻한 사회인 것이다.   

 

이토록 따뜻한 사회인 한국은 과연 밤 10시가 넘도록 학교 자습실과 학원을 긍긍하는 그들의 10대 청소년들에게, 무너지는 판타지를 대채할, 허영(이 되었든 꿈이 되었든)을 충족시킬 어떠한 현실적인 대안이 있는가. 아무런 대안 없는 사회에서 학생들은 방황할 것이다. 이미 그들은 자신의 사회를 헬조선이라 부르는 형과 언니들을 따라가고 있다. 불행하게도, 시장을 무시하는 (일본과 달리 판타지도 무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나는 그 대답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에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회의적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장에 대한 법치주의적, 자유주의적 태도 확립이 기본일 것이다.


1) 배민, 우리안의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책과나무,2013), 176 - 180.    



 

© 2016 Min Bae 

 

* Brief biography 


Min Bae used to be a dentist (Master of Clinical Dentistry in clinical orthodontics, Hallym University, South Korea, in 2008), but changed his career and has worked as a history teacher at high schools, in Seoul, South Korea. After receiving his second master’s degree (in medical humanities and history of medicine, Seoul National University, South Korea, in 2014), he has taken a leave from his school for study (currently a PhD student in Modern History at the University of St Andrews, UK, from October, 2014).


His academic interest areas are medical professionalism, an intellectual history of medicine, and the medical mar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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