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tory

story2 : 아주 오래된 시와 사랑 이야기

Min Bae 2012. 10. 16. 10:00

시경 (詩經): 2500년전 그 전 500여년간의 사람들 사이에서 지어지고 불린 노래를 모은 시집


중학교 때 나는 한문반 클럽활동을 했었다.

이백과 두보의 한시에 매료된 건 나중에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세계사를 배우면서 중국사의 당나라 문화를 공부하면서였고, 중학교 때엔 막연히 한시의 아름다움에 처음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하지만 이는 초등학교 때 배운 서예, 특히 초등학교 6학년 때 김정희의 추사체에 흠뻑빠져서

그의 그림과 글씨를 열심히 스크랩해서 모았던 전력이 그 배경이었다.


우연히 얼마전 시험 감독하러 들어간 한 교실의 간이 책장에서 발견한 시집이 눈에 들어와 그 책을

교무실에 가지고 들어와 읽게 되었다.

시경의 시들도 좋지만, 편자 고형렬씨의 역주도 아름답다.

특히 유녀동거 시의 한글 설명이 참 곱다.

마치 나를 중학교 시절 어느 날씨 좋았던 날의 오후로 데려가 준 듯한 느낌.

책의 저자에게 고마움에 눈물이 나긴 참 오랜 만이다.




關雎   관저: 물수리


關關雎鳩 在河之洲

窈窕淑女 君子好逑

 

관관저구 재하지주

요조숙녀 군자호구

 

구욱구욱 물수리는 강가 숲속에서 우는데

대장부의 좋은 배필, 아리따운 고운 아가씨는 어디에 있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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有女同車    유녀동거: 떠나는 처녀를 훔쳐보며  

 

 

有女同車  顏如舜華
將翱將翔  佩玉瓊琚 
彼美孟姜  洵美且都

 

 

유녀동거 안여순화

장고장상 패옥경거

피미맹강 순미차도



나와 함께 수레 탄 여인, 얼굴이 무궁화 같네.

왔다갔다 흔들리면 아름다운 패옥이 달가당 달가당

어여쁜 강씨댁 맏딸이여, 정말 아름답고 어여쁘네.

 


"수레 위에는 아름다운 여자가 다소곳이 올라앉아 있습니다. 나고 자란 이 마을에서 키워 온 그녀의

모든 추억과 꿈도 함께 있습니다. 그녀는 이제 마을을 떠나려 합니다. 이 시의 아름다움은 바로

떠나려고 하는 그 순간을 잡은 데 있습니다.

떠나는 그녀의 설렘도 과감히 생략하고 그녀의 어께 너머 하늘 색이 얼마나 파랗고 깊은지도

묘사하지 않습니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들려오는 패옥 소리가 전부입니다. 특히 이 시에서

노래하고 있는 인물이 이름 없는 한 여자라는 것이 더욱 문학적인 상상과 흥미를 불러 일으키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녀가 가는 길은 다시 돌아오지 못할 길인지 모릅니다. 요즘과 달리 그 때는 풍속이 다른

지방이나 집안으로 한 여자의 삶이 완전히 이동하는 것이 혼인이었으니까요.

 

무궁화가 피었을 때이니 초가을 무렵의 패옥소리는 얼마나 맑고 깨끗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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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門之楊   동문지양: 동문 밖 버드나무


 

東門之楊  其葉牂牂

昏以爲期  明星煌煌

 

동문지양 기엽상상

혼이위기 명성황황


 

동문 밖 버드나무 잎새는 너풀너풀

저녁에 만나기로 한 님, 샛별 반짝여도 오지 않네

 


       - 고형렬, 아주 오래된 시와 사랑 이야기 (보림,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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