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tory

연극 이야기

Min Bae 2012. 12. 2. 10:01

연극 (달이 물로 걸어오듯)





예전에 봤던 연극이다. (2008년 여름 홍대역 산울림 소극장에서였다) 

나이도 많고 돈도 없고 한마디로 별볼일 없는 나이든 남자 수남에게 나이차이가 20살 이상 차이나는 젊은 술집여자 경자가 다가온다. 

둘은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한다. .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가던 중

경자는 우연히 집에 찾아온 (아버지의 사랑을 빼앗아갔다고 생각하고 어릴 때부터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워했던) 자신의 의붓엄마와 의붓언니를 살해하게 된다. 뱃 속에 생명을 품고 다른 생명을 뺏는 일을 저지른 셈이다.

수남은 임신을 하고 있는 경자를 대신해서 자신이 살인죄를 뒤집어 쓰고 자수를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진실공방과 삼자 대면 속에서) 자신을 파렴치한 폭력 남편으로 몰아세우는 진술을 하는 경자를 보면서 혹시 자신이 이용당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격심한 혼란에 빠지게 된다. 

결국 그녀가 범인으로 밝혀져 감옥에 들어가고 남편은 경자가 나은 그들의 아이를 홀로 키우게 된다. 그러면서도 마지막까지 그녀를 믿고 싶어한다. 면회 와서도 갇혀 있는 그녀를 보며 울면서 날 사랑했던거냐고 묻는다. 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대답하지 않는다..





 

인상 깊은 대사..

"남자와 여잔, 달이 물로 걸어오듯 만나는거야. 달빛을 받으면 시궁창도 샘물이 되지. 달은 하늘에 물은 땅에 있지만 그 둘이 만나는 건 아무도 몰라. 안다해도 말릴 수 없어."


연극에서 가장 빛나는 이 대사는 남주인공도 여주인공도 아닌 여주인공 경자와 같이 일하는 술집 여인이 극중에서 어느 날 독백하듯 조용히 말하게 된다. 

나는 그다지 시를 좋아하진 않지만, 이 대사는 그 어느 시보다도 시적이다.

이 대사 두 줄로 이 연극은 지금까지 본 그 어느 연극보다도 내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게 되었다. 

 

 

'My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My first diary   (0) 2014.10.04
역사교육과 단상..   (0) 2014.08.30
story2 : 아주 오래된 시와 사랑 이야기  (0) 2012.10.16
민담   (0) 2012.09.27
옛날 영화들  (0) 2011.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