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 (詩經): 2500년전 그 전 500여년간의 사람들 사이에서 지어지고 불린 노래를 모은 시집
중학교 때 나는 한문반 클럽활동을 했었다.
이백과 두보의 한시에 매료된 건 나중에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세계사를 배우면서 중국사의 당나라 문화를 공부하면서였고, 중학교 때엔 막연히 한시의 아름다움에 처음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하지만 이는 초등학교 때 배운 서예, 특히 초등학교 6학년 때 김정희의 추사체에 흠뻑빠져서
그의 그림과 글씨를 열심히 스크랩해서 모았던 전력이 그 배경이었다.
우연히 얼마전 시험 감독하러 들어간 한 교실의 간이 책장에서 발견한 시집이 눈에 들어와 그 책을
교무실에 가지고 들어와 읽게 되었다.
시경의 시들도 좋지만, 편자 고형렬씨의 역주도 아름답다.
특히 유녀동거 시의 한글 설명이 참 곱다.
마치 나를 중학교 시절 어느 날씨 좋았던 날의 오후로 데려가 준 듯한 느낌.
책의 저자에게 고마움에 눈물이 나긴 참 오랜 만이다.
關雎 관저: 물수리
關關雎鳩 在河之洲
窈窕淑女 君子好逑
관관저구 재하지주
요조숙녀 군자호구
구욱구욱 물수리는 강가 숲속에서 우는데
대장부의 좋은 배필, 아리따운 고운 아가씨는 어디에 있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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有女同車 유녀동거: 떠나는 처녀를 훔쳐보며
有女同車 顏如舜華
將翱將翔 佩玉瓊琚
彼美孟姜 洵美且都
유녀동거 안여순화
장고장상 패옥경거
피미맹강 순미차도
나와 함께 수레 탄 여인, 얼굴이 무궁화 같네.
왔다갔다 흔들리면 아름다운 패옥이 달가당 달가당
어여쁜 강씨댁 맏딸이여, 정말 아름답고 어여쁘네.
"수레 위에는 아름다운 여자가 다소곳이 올라앉아 있습니다. 나고 자란 이 마을에서 키워 온 그녀의
모든 추억과 꿈도 함께 있습니다. 그녀는 이제 마을을 떠나려 합니다. 이 시의 아름다움은 바로
떠나려고 하는 그 순간을 잡은 데 있습니다.
떠나는 그녀의 설렘도 과감히 생략하고 그녀의 어께 너머 하늘 색이 얼마나 파랗고 깊은지도
묘사하지 않습니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들려오는 패옥 소리가 전부입니다. 특히 이 시에서
노래하고 있는 인물이 이름 없는 한 여자라는 것이 더욱 문학적인 상상과 흥미를 불러 일으키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녀가 가는 길은 다시 돌아오지 못할 길인지 모릅니다. 요즘과 달리 그 때는 풍속이 다른
지방이나 집안으로 한 여자의 삶이 완전히 이동하는 것이 혼인이었으니까요.
무궁화가 피었을 때이니 초가을 무렵의 패옥소리는 얼마나 맑고 깨끗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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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門之楊 동문지양: 동문 밖 버드나무
東門之楊 其葉牂牂
昏以爲期 明星煌煌
동문지양 기엽상상
혼이위기 명성황황
동문 밖 버드나무 잎새는 너풀너풀
저녁에 만나기로 한 님, 샛별 반짝여도 오지 않네
- 고형렬, 아주 오래된 시와 사랑 이야기 (보림,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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